
나는 일용직 비계공(아시바)였다.
내가 지금까지 해본 아르바이트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아르바이트가 비계공(아시바)였다.
군대 다녀오고, 대학시절 용돈 좀 벌려고 인력사무실에 나갔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나가고, 나만 홀로 남았다.
어째 느낌이 싸~했다.
봉고차 타고 현장 도착해서,
처음에는 난 파이프만 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일이 시작되니, 상황이 달랐다.
갑자기 옆에 있던 얼굴 까만 아저씨가 그랬다.
"야! 씨발람아!
군대 안 갔다 왔어?
넌 아시바 안타냐?
넌 오늘 돈 안 벌어가냐?"라고 한다.
나보고 저 서커스를 하라고 한다.
남들 다 하길래 아시바에 올랐다.
30도가 넘는 여름 더위의 날씨에
건물6층 높이 철봉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니,
어지럽고 심장이 너무 두근거렸다.
사랑하는 가족들 생각,
군대에서 유격훈련 받았던 생각,
여러 생각들이 내 마음을 더욱 힘들게 했다.
내가 열심히 살아오던 지난 날들을
회상하며, 반성했다.
그리고 나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균형을 잡는 행동에 집중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까만 아저씨가 스치로폼을 침대크기로 구해다주시면서
"학생! 넌 거기서 한시간 자!" 라고 했다.
왠지 군대처럼 때린거 미안해서 잘해주는 고참같았다.
이제 눈 좀 붙여보려고 하는데,
까만 아저씨가 나를 찾아왔다.
학생 내가 고민이 있는데, 얘기 좀 들어줄 수 있어?
네!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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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가 둘이 있어... 첫째가 고1인데,
난 따로 과외같은거 안 시키는데,
공부를 너무 잘해...
시험보면 항상 전체과목에서 1~2개만 틀려...
학교 선생님이 서울로 보내는게 맞지 않겠냐고 하는데...
애는 아빠가 하자는대로 한다고 하고 있어...
그리고 까만 아저씨는 말을 이어갔다.
난 사실 무리해서 보내면 보낼 수는 있겠는데,
애를 서울에 혼자 보내면
애가 또 삐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야...
학생이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나보다 더 잘 알잖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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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라고 대답 할 수 없었다.
본인의 의지를 형님이 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라는 대답만 드렸다.
더 말해드리고 싶은 내용은 많았지만...
내 머리 속까지 너무 복잡해져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1시간 후에 바로 하반신 마비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일을 하는 아버지가
자기 새끼를 위해서 희생을 하는게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직업에 대한 비하를 하는 것 같기도 해서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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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버지라는 존재가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