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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기] 대리운전

by 순수한소년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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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용돈 벌려고
대리운전을 7개월정도 했었다.
사람들은 1만원이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못하다.

 

집에 다시 되돌아 가야 하는 비용을
수익 그대로 택시비로 지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돈을 더 주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나는 술에 취한 손님을 부축해주고,
내 돈으로 음료까지 사드려가며 서비스해서
다른 지역 갈 때는
5만원에서 10만원 보너스를 받곤 했었다.

 

작년 겨울 대리운전을 불렀다.
정말 추운 날이여서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5분쯤 지났다. 대리기사라고 전화가 왔다.
정중하고 밝은 목소리였다.

 

기사님과 얼굴을 대면했다.
젊고 잘생긴 친구였다.
학교다닐 때가 생각나서 학생이냐고 물었다.
ㅇㅇ에 있는 ㅇㅇ대학을 다닌다고 대답한다.

 

차 콘솔박스에 있던 미스트를 선물했다.
페브리즈보다는 강하고 향수보다는 약한 비누향미스트^^

 

술도 취하고 음악이 듣고 싶어서
음악 좀 틀어도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들으라고 한다.
좋아하는 장르가 있으면 틀어준다고
장르를 말하라고 하니 발라드를 좋아한다고 한다.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거리가
30분정도 걸리는 거리라서
차에서 담배 피우고 싶으면 담배 피우고,
음악볼륨 조절하고 싶으면 하고,
뭐든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10분정도 지났던가?
이 친구가 갑자기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속으로는 미친놈인가? 하고 웃었지만,
노래 참 잘한다고 띄워줬다.

 

우리때는 대리운전하면 '다나까!'로 끝나는게 맞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은가보다. ㅎㅎㅎ
세대차이가 이런건가보다. ㅎㅎㅎ
하지만 이 친구의 순수함이 너무 좋아보였고, 부러웠다.

 

집 주차장에 도착하고 이 친구보고 더 드리고 싶은데,
방법이 없으니 카카오뱅크로 계좌번호를 물어봤다.
2만원 정도를 더 넣어서 집에 돌아가는 부담을 줄여주었다.

 

이 친구가
이렇게까지 안해줘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손님!
이렇게 말하길래, 내가 대답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손님들께 받은 팁
되돌려드리는 것 뿐이에요...
항상 용기 잃지 말고 열심히 살아요...
열심히 사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꼭 올꺼에요...

 

이 친구가
저도 나중에 커서
꼭 손님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가며 추위와 맞서야 하는
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학창시절 나를 떠올리며,
'그래 이정도면 잘 살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인생에 만족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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